고요한 사건, 고요한 침수
‘무작정 버티기’의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갔다.
이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, 그간 시간이 어떻게 흐른 건지,
내가 나이를 먹긴 한 건지 헷갈렸다.
모든 것이 선명하게 찍히듯 지나갔지만,
돌아보니 결국 모두 스쳐 지나간 것들이었다.
오랜만에 마주한 거울 속 내 모습이 낯설었다.
요 며칠 방향 감각을 아주 잃어버린 것만 같다.
내 몸이 마치 까마득한 바다에 둥둥 떠 있는 종잇배 같았다.
애초에 어디로 가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.
그냥 갈 곳이 필요했다.
나를 띄울 수 있는 곳이면 되었다.
자유로웠다.
이게 끝일까?
끝이면 좋겠다.
꽤 괜찮은 마무리겠다.
끝을 향해 걸어가 보았다.